현대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여성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새와 자연에 관한 시 105편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수록된 책으로, 각 시마다 간략한 설명과 상세한 각주가 함께 있어 해독하기 힘든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도록 했으며, 각 시마다 시와 관련된 이미지 사진이 함께 있어 시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에밀리 디킨슨은 오늘날 갖고 있는 ‘유명한 시인’, ‘문학적인 레전드’, ‘신화적인 인물’의 이미지를 넘어서, 그녀 생전에는 ‘정원사’의 이미지, ‘가정주부’의 이미지, ‘자연주의자’의 이미지를 아주 강하게 갖고 있던 인물이다. 그녀는 정원 가꾸기를 아주 좋아했으며, 이와 함께 정원에 날아든 벌과 나비는 물론, 새를 비롯해서 다양한 종류의 자연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했다. 또한 그녀는 자연을 신앙처럼 숭배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집과 정원은 그녀가 자연과 소통하는 일종의 성단소가 되었고 그녀는 마치 신을 숭배하는 수녀처럼 자연에게 자주 아침, 저녁으로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부모님을 보살피는 한편, 집안일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가정과 정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거기서 늘 마주하는 하늘, 구름, 산, 언덕, 석양, 꽃, 새 등을 자주 접하며, 날씨 변화, 월별 변화, 계절 변화 등,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자연의 모습들을 보며, 광범위하게, 그리고 섬세하면서도 쉽게 감명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면에서 자연시인으로서 에밀리 디킨슨은 아주 창의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녀의 새와 자연에 관한 시를 감상해보는 것은 그녀의 시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지은이: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미국 여성 시인이다. 그녀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의 애머스트(Amherst)에서 태어났는데,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만 살았다. 그녀는 17세에서 18세가 되던 해까지 교양과목과 신앙인의 바람직한 자세를 가르치던 신학교를 1년 간 다닌 후로는 결혼도 하지 않고, 거의 칩거하다시피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시를 쓰며 보냈다. 그녀의 작품은 그녀 생전에, 그것도 익명으로 7편 밖에 출간되지 못했고, 죽고 나서야 시 꾸러미가 발견되는 바람에, 1775편의 시가 3권의 시집으로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출간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1920년대에 이르러 현대적인 작품의 감수성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매우 앞서가면서 현대적인 시를 쓴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새로이 인정받게 되면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시인이 되었다.
* 엮고 옮긴이: 윤명옥
충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시창작과 영어를 공부했다. 홍익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한 후, 인천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저서로 『역설, 공존, 병치의 미학: 존 키츠 시 읽기』, 『에밀리 디킨슨의 시세계』, 『캐나다 고전문학의 어머니, 마거릿 로렌스: 자아정체성 탐구의 지리학』, 『미국에 대해 알아볼까?』 등 다수가 있다. 우리말 번역서로 『키츠 시선』, 『로런스 시선』, 『존 던 시선: 사랑의 연금술』, 『나의 안토니아』,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등 40여 권이 있으며, 영어 번역서로 『A Poet’s Liver』, 『Dancing Alone』, 『The Hunchback Dancer』 등 다수가 있다. 또한 《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여러 권의 시집을 한국에서 출간했으며,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시집으로 『The Core of Love』, 『Under the Dark Green Shadow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