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적으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한 미국 여성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은 그녀의 시를 통해 일상 삶에 있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사건과 그 과정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과 행동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이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그녀만의 확고한 삶의 철학이 들어있고, 사랑의 속성에 대한 예리한 명상이 들어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숙고가 함께 들어 있다.
이 시집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편 중에서 60편을 골라 엮고 우리말로 번역했다.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뛰어오른다네”를 이 책의 제목으로 정한 것은 오래 전부터 이 말이 마음속에 들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디킨슨 시선집의 제목으로 삼으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제목에 걸맞게 이 시선집에서는 대체로 상처받은 마음과 슬픔과 고통에 대한 사색과 독신녀로 산 에밀리 디킨슨 자신의 삶과 이루어질 수 없는 그녀의 사랑에 대한 사유에 관한 시들을 많이 담게 된 것 같다. 또한 상처 입은 마음으로 인해 에밀리 디킨슨은 자신의 내면과 시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가장 높이 뛰어오른’ 사슴 같은 시인이 되었기 때문에 에밀리 디킨슨의 시 쓰기와 시의 영감과 관련된 시들도 담겨 있다. 그리고 이밖에도 일상과 관련된 시들이 몇 편 들어있다.
이 시선집의 우리말로 옮긴 각 시에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각주를 통해 시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또한 영어 원문시도 각각의 번역시 다음에 수록했으며, 그 다음에는 이미지 사진도 곁들여 놓았다. 이미지 사진은 한 편의 시를 읽고 이미지를 보며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한편, 다른 시로 넘어가기 전에 그 여운을 느끼며 잠시 한숨 돌리는 여가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지은이: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미국 여성 시인이다. 그녀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의 애머스트(Amherst)에서 태어났는데,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만 살았다. 그녀는 17세에서 18세가 되던 해까지 교양과목과 신앙인의 바람직한 자세를 가르치던 신학교를 1년 간 다닌 후로는 결혼도 하지 않고, 거의 칩거하다시피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시를 쓰며 보냈다. 그녀의 작품은 그녀 생전에, 그것도 익명으로 7편 밖에 출간되지 못했고, 죽고 나서야 시 꾸러미가 발견되는 바람에, 1775편의 시가 3권의 시집으로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출간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1920년대에 이르러 현대적인 작품의 감수성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매우 앞서가면서 현대적인 시를 쓴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새로이 인정받게 되면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시인이 되었다.
* 엮고 옮긴이: 윤명옥
충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시창작과 영어를 공부했다. 홍익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한 후, 인천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저서로 『역설, 공존, 병치의 미학: 존 키츠 시 읽기』, 『에밀리 디킨슨의 시세계』, 『캐나다 고전문학의 어머니, 마거릿 로렌스: 자아정체성 탐구의 지리학』, 『미국에 대해 알아볼까?』 등 다수가 있다. 우리말 번역서로 『디킨슨 시선』, 『키츠 시선』, 『로런스 시선』, 『에밀리 디킨슨 시선: 초롱꽃이 벌 연인에게』, 『에밀리 디킨슨 시선: 꽃과 정원에 관한 시』, 『에밀리 디킨슨 시선: 새와 자연에 관한 시』, 『나의 안토니아』,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등 50여 권이 있으며, 영어 번역서로 『A Poet’s Liver』, 『Dancing Alone』, 『The Hunchback Dancer』 등 다수가 있다. 또한 《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여러 권의 시집을 한국에서 출간했으며,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시집으로 『The Core of Love』, 『Under the Dark Green Shadows』가 있다.